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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꼭 봐야할 작품] 사모트라케의 니케, 작자미상

루브르 TMI/루브르 작품 2020. 4. 9.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모나리자를 보러 가기 위해 한 번은 지나치게 되는 계단이 있다. 계단이 언제쯤 끝날까 발등만 보며 수많은 계단을 오르다 잠시 고개를 든 순간, 아마 사랑에 빠질 것이다. 바람을 가르며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내려온 승리의 여신 니케. 돌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옷자락을 나부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에서 사모트라케는 작가가 아니라 발견된 섬의 이름이다. 니케상과 뱃머리의 색이 다른데, 루브르 박물관이 예쁘게 보이려 별도로 만든게 아니라 원래 조각상이 세워져있던 석조물이다. 뱃머리는 먼 거리인 로도스섬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에 학자들은 기원전 190년 에게해의 요충지 사모트라케섬을 탈환한 로도스인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조각상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얼마나 기뻤으면 그 시절에 저 무거운 대리석을 운반해서 만들었을까. 예술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열정과 의미부여는 알면 알수록 놀라울 정도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이 작품을 세워둔 이유는 몇 남지 않은 그리스 시대 조각품이기도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의 복원 능력을 자랑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로마시대 사람들이 따라하려고 무던히도 많은 복제품을 양산했지만 결코 원본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없어 한탄했다는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상들은 아쉽게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 작품 또한 100여개의 파편으로 발굴되었다. 1863년 터키의 프랑스 대사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샤를 상푸아소가 사모트라케섬 신전의 구석에서 대리석 파편을 발견한다. 이후 본국으로 송환되었고, 16년뒤 오스트리아인 발굴대에 의해 뱃머리가 발굴되어 합쳐진다. 2차 3차 발굴작업이 이어졌지만 1950년 발견된 오른손 외엔 소득이 없어 아쉽게도 얼굴과 팔의 모습은 우리가 알 수가 없다. 현재의 모습에서 가슴부분과 오른쪽 날개 역시 원본이 아니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정하여 만들어진 석고본이다. 그러나 조각상 앞에 서면 그 누구도 이 조각상이 원래는 100여개의 파편이었다는 것과 어느 부분은 원본이 아니라는점 심지어 머리와 팔이 없다는 것마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승리의 여신 니케가 나의 승리를 축하해주고 있는듯 하기만 하다. 


이 조각상을 찬양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꼽이다.


물에 젖은 옷감 아래 살짝 비치는 배꼽.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울텐데 대리석 조각으로 이를 구현한것이다. 마치 배꼽을 조각해놓은 후 천을 씌운것이라고 해도 믿어질만큼, 정말로 배꼽 위로 물에 젖은 천이 드리워져있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휘날리는 옷감은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조각되어있다. 분명 대리석은 돌인데, 내 눈 앞엔 아주 얇은 옷감이 휘날리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조각을 한걸까. 현대의 누가 이 만큼 할 수 있을까.


이 조각상은 사모트라케섬의 위대한 신들의 신전을 바라보는 위치에 놓여졌었으며, 뱃머리 아래엔 분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니케가 등장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신들의 전생때 제우스의 편에서 제우스의 전차를 끌었다는 것, 전쟁의 신 아테나와 함께 했다는 것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만 했던 그리스인들에게 그 어떤 신보다 중요하지 않았을까. 바다를 가르고 적들을 맞이한 순간 우리의 뱃머리에 승리의 여신 니케가 있다는 상상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그들만의 부적이었을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사모트라케의 니케 상은 영화 타이타닉의 그 유명한 포즈의 모티브였으며 나이키 브랜드 로고도 이 조각상의 날개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선의 모습에서 고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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