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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꼭 봐야할 작품] 암굴의 성모,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브르 TMI/루브르 작품 2020. 3. 30.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유명한 이유는 특별한 그의 능력 뿐만이 아니라 그의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마치 그의 스푸마토 기법처럼 뿌연 안개에 속에 있는 듯한 신비감 때문이 아닐까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암굴의 성모도 그 미스테리함에서부터 소설 다빈치코드가 시작됐을만큼 수수께끼에 쌓인 이야기가 있다.



그는 왜, 같은 작품을 두 번 그렸을까?



여느 르네상스 시대 작품과 마찬가지로 암굴의 성모도 작품에 대한 계약서와 지불영수증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같은 그림을 두번이나 그렸나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지 않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83년 4월 25일 밀라노 산 프란체스코 그란데 성당을 장식할 제단화를 그리기로 성모시태 형제회와 계약을 맺는다. 계약금은 물론 매월 진행비도 따박따박 받았다. 마감일은 12월 8일이었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작품을 넘기지 않고 밀라노를 떠났다. 그때 들고 간게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암굴의 성모. 이후 법정 다툼까지 일었으며, 1506년 밀라노로 돌아와 2년안에 그림을 완성하라는 판결을 받는다. 1507년 작품 대금이 지불된 기록으로 보아 이 시기쯤 작품이 완성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완성되어 제단에 장식된 그림이 현재 네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작품이다. 왜 그리던 그림을 납품(?)하지 않고 새롭게 그려냈을까? 혹자는 성모시태 형제회가 첫번째 그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다시 그린거라고하고, 또 다른 학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본래 그리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더 비싸게 팔았을꺼라 이야기하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관뚜껑을 열고 나와서 설명하기 전까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것이다.




뭐가 다를까?



암굴의 성모는 2세 미만의 사내아이는 잡아 죽이라는 헤롯왕의 핍박을 피해 피난을 간 성모자와 세례자 요한이 이집트에서 만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성경 외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실제로 만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 속 정 가운데에 한 여인이 있다. 근대 이전 미술작품에서 여인이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면 그녀는 아주 중요한 인물로, 종교화에선 대부분 성모 마리아다. 파란색은 금보다 귀한 청금석을 원료로 하는 색으로, 가장 존귀한 인물, 당시엔 성모 마리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입히는 색이었다. 오른쪽엔 날개가 달린것으로 보아 천사다. 부모를 잃은 세례자 요한을 우리엘 천사가 보호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두 아기이다. 일반적으론 성모마리아의 보호를 받는 아기가 아기 예수이나 왼쪽의 그 아기는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를 하고 있다. 그 경배를 받는 오른쪽 아기가 오른손으로 들어 축복을 하고 있다. 왼쪽이 세례자 요한, 오른쪽이 아기 예수인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구도는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혼란을 준다. 심지어 우리엘 천사는 이것 보세요 하며 세례자 요한을 가리키고 있다. 보통 그림 속 인물은 정면의 관람자를 바라보지 않는데, 우리엘 천사는 작품 밖의 사람을 바라봄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빼앗고,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손으로, 다시 그 손 끝에 있는 세례자 요한에게 다다른다.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받는 인물도 세례자 요한, 우리엘 천사가 가리키는 인물도 세례자 요한. 마치 그가 주인공인 것 같다. 
그림을 주문했던 성모시태 형제회가 첫 번째 그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다시 그렸을것이란 가설이 여기에서 나온다. 




결국 두번째 그림엔 왼쪽 아기에게 세례자 요한의 상징인 지팡이와 첫번째 그림엔 희미해서 보이지 않았던 가죽옷이 선명하게 그려져 그가 세례자 요한임을 강조했고, 우리엘 천사의 손가락은 사라졌으며 관람자를 향한 그녀의 시선도 거두어졌다. 왜 그림을 다시 그렸는지, 왜 인물들을 다르게 그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림을 주문한 종교인의 마음에 들게 바꾼것임은 분명하다



날씨도 달라졌다. 첫번째 그림은 어스름한 새벽, 안개에 햇살이 부서져 뿌연 빛이 인물들을 신비롭게 감싸고 있는데 반해 두번째 그림은 동굴 밖 보다 청명한 하늘과 햇살이 인물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첫번째 그림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고안한 기법인 스푸마토 기법, 물감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뿌옇게 표현하는 기법이 더 잘 표현되어있다. 어떤 학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기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이런 날씨를 배경으로 그렸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또한, 동굴 암석의 재질이나 널려있는 식물들 또한 첫번째 그림이 더 사실적이라고 한다. 두번째 그림은 이탈리아 동굴이라기엔 석재의 표현도 맞지 않고 식물도 존재하지 않는 식물이기에 첫번째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두번째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수들이 그렸을것이라 평가되어 왔다.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엔 The second, replacement picture, now in London, may have been painted by Ambrogio de Predis under Leonardo’s supervision between 1495 and 1508. 런던에 있는건 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감독 아래, 그의 조수 Ambrogio de Predis가 그렸을꺼야.라고 적혀있다. 물론 네셔널 갤러리는 현대의 연구에 의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혼자 그렸다고 밝혀졌음 땅땅땅!! 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적은 글을 발견하지 않는한 영원히 인류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작품을 관람하는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다. 한국인에게 프랑스와 영국은 세트 느낌이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바다를 건너 프랑스를 건너가기 편하기 때문이다. 혹 런던과 파리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네셔널 갤러리와 루브르 박물관에 들러 두 작품의 차이점을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숨겨놓은 수수께끼를 발견하는 사람이 당신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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