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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꼭 봐야할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 외젠 들라크루아

루브르 TMI/루브르 작품 2020. 3. 26.



"J'ai entrepris un sujet moderne, une barricade, et si je n’ai pas vaincu pour la patrie, au moins peindrai-je pour elle"


"바리케이드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 내가 조국을 의해 싸우진 못했지만,

 조국을 위해 그림을 그릴 순 있어."



1830년 10월 18일, 들라크루아는 형 샤를 앙리에게 자신이 그리고 있는 작품에 대한 편지를 씁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화가 들라쿠르아 본인이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예술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프랑스 혁명은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납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이 중 7월 혁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노틀담 성당 앞에서 일어났던 격렬한 시위의 현장을 본 들라크루아의 뇌리에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삼색기가 강하게 남았고, 그로 하여금 붓을 들게하였습니다.



자욱한 연기 속 시위대가 돌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광기처럼 보이는 시위대의 표정에 자유에 대한 열망이 드러납니다. 수많은 희생자와 적들를 넘어 그들은 자유와 평등, 박애를 부르짖으며 나아갑니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건 옷도 제대로 추켜 입지 못한, 한없이 연약해보이는 여인. 이 여인의 이름은 마리안느 입니다. 프랑스에서 발행하는 유로 주화, 프랑스 모든 시의 시청사에서도 볼 수 있는 이 여인은 프랑스 혁명의 상징으로, 당시 흔한 여성의 이름이었던 마리와 안느를 합한 이름입니다. 즉, 우리의 혁명은 대다수의, 그것도 사회적 약자가 참여했다는 의미이며, 들라크루아도 이 상징을 그려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 부르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벗어나 "인간"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낭만주의를 탄생시킨 들라크루아가 들으면 좀 섭섭해할 둣합니다. 그가 이 작품에 여신을 그리고 싶었다면 겨털까지 그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민중을 이끄는건 마리안느이나, 시위대의 가장 앞에 발을 내딛는 사람은 어린 소년입니다. 마리안느처럼 사회적 약자가 혁명을 이끌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우리의 혁명은 미래를 위해 한발짝 내딛는 것이란것을 보여줍니다. 



왼쪽부터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은 노동자 복장을,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부르주아 복장을, 그리고 마리안느를 열망하듯 바라보는 이는 학생군 옷을 입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한 혁명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생의 옷을 보면 벨트 빨간색, 삐죽 삐져나온 속옷 흰색, 상의 파란색, 프랑스의 삼색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1831년 살롱전에 출품된 이 작품을 정부는 3,000프랑에 사들여 룩셈부르크 궁전에 전시하려합니다. 하지만 당시 비평가들은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하였고 이 그림은 거부되어 대중들에게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비평가들뿐만 아니라 정부측에서도 꺼려합니다. 7월 혁명을 아름답게만 기억하고 싶었던 정부에게 이 그림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잔인합니다. 쓰러져있는 왕의 경비병들은 벌거벗겨져있고, 심지어 시위대는 그 시체를 밟고 지나갑니다. 시위대는 무질서해보이며 폭력과 광기가 난무해보입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이긴 하나 어느 누구도 있는 그대로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1832년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되었던 6월 항쟁 이후, 시민들을 선동하여 다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들라크루아에게 돌아갑니다.(그러나 1848년 결국 2월 혁명은 일어났...) 1855년 프랑스 만국박람회에 이 작품이 전시되면서 다시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1874년이되어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아 루브르 박물관에 걸리게 됩니다. 


이 작품을 보고 크게 영감을 얻은 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빅토르 위고. 소설 레미제라블을 집필하는데, 이리저리 흔들리는 어른들과는 다르게 망설임없이 혁명에 가담했던 꼬마 가브 로슈의 캐릭터가 이 그림의 소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 1층 77번방 낭만주의관에 전시되어있으며, 생각보다 큰 크기에 압도당하실 것입니다. 순식간에 7월 혁명 그 순간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기분을 여러분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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